국민 개-새-끼론에 대한 이야기.
 총선이 끝나고 어느 곳에서 끄적거렸던 이야기.

 국민 개-새-끼론. 줄여서 '국개론'. 이 단어를 처음 만든 사람이 대체 누군지 모르겠습니다만, 참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국개론을 옹호하는가. 하지 않는가를 떠나서 한 번 듣기만 하면 뭔가 부정적인 뉘앙스가 잔뜩 풍기고,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쪽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단어라는 느낌이 풍겨오지 않습니까. 참 자극적이고 중독성이 강하단 말이지요. 이거 참...
 



 어쨌든, 이 국개론이란 단어가 풍기는 뉘앙스와 마찬가지로 한국 정치 또한 참 자극적이고 충동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지금처럼 부조리가 넘치고 야합이 판치는 극우의 세상에 내던져진 갈 곳 없는 진보적 시각에서 보면 더욱 더 그렇지요. 머리에 노트북 비밀번호 대신 불도저 시동키를 가지고 푸른 기와집에 들어가신 대통령께서 계시는 이상 사람들의 정치 중독증은 한 동안 더 오래 지속될 모양입니다. 매일같이 자극적인 주제를 하나씩 들고 나와 마조히즘적인 증상을 보이고 계시는데 중독이 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적어도 5년 동안 키보드 배틀러들은 깔 소재의 궁함을 느끼는 일은 없을 것 같군요.
  
 .
 .
 
 음, 그런데 이렇게 까고 까도 깔게 또 튀어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MB와 한나라당의 의석수가 과반을 넘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으신 분들이 적잖이 계시는 듯합니다.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데 어째서 다수의 국민들이 한나라당에게 150석이 넘는 의석을 선사했을까? 이 미스테리한 문제는 앞으로 진보 진영에서 펼칠 키보드 배틀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 같아 보입니다. "니들이 그렇게 킹왕짱이라고 외치는 당은 근데 왜 원내 의석 하나도 확보 못함?ㄲㄲ" 같은 말로 비웃을 사람들의 시선을 미리 의식해버리는 거죠.

그래서 저 말이 실제로 나오기도 전에 국개론부터 먼저 튀어나온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 국개론은 정말로 간단한 논리로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한 정당들의 정당성을 확보해 주거든요. "니들이 개-새-끼라서 그래." 우왕ㅋ굳ㅋ 순식간에 나는 쿨함이 넘치는 개념 가이가 되고 한나라당을 찍은 사람들을 강아지로 만들어 버리는 반전의 화술. 오오오- 국개론 좀 킹왕짱인 듯.
 근데 단기적으로 봤을 때 국개론은 내뇌망상을 촉진시켜 원활한 키보드 배틀에나 도움을 주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아무런 이득도 소득도 없는 그냥 자학의 논리 말고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꼭 국민을 개로 만들어야지만 이번 총선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가 설명될까요? 글쎄. 제가 보기에는 창당 1달 만에 2.9%의 지지율을 달성해서 하마터면(?) 원내 진출 할 뻔(!) 한 진보신당이라는 정당의 존재만으로도 아직 진보가 좌절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하는데 말입니다.

 국개론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함께 걸어가야 할 사람들을 그냥 배제해버리겠다는 어리석기 그지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키보드 앞에 앉아서 국민 개-새-끼를 치는 것은 간단합니다만, 지금 필요한 일은 이 미묘한 0.1%의 아쉬움을 불특정 다수를 개로 만들어가면서 푸는 게 아니라 지금 한나라당이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극단적인 보수주의적 사고가 팽배한 정치권에 진보적인 가치 또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를 꾸준하게 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진보의 새로운 발걸음은 이제 막 걸음마를 내딛었습니다. 창당 된지 고작 한 달이 지난 정당이 원내 의석을 확보할 뻔(!)했다는 사실은 오히려 고무적인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에 국개론이 나와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국민이 정말로 개라서 패배했다면,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은 개를 상대로 말하는 개 같은 길입니다. 이 얼마나 개 같은 일입니까?

 국개론은 저쪽으로 좀 집어던지고 느긋하게 생각하도록 합시다. 어쨌든 새로운 진보의 발걸음은 이제 막 첫발을 내딛은 상태고, 그 첫 발자국은 2.9%의 지지율로 나타났습니다. 고무적인 일이죠. 하지만 가야 할 길의 끝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한 달의 결과로 좌절하거나 아쉬워 할 필요도 없고, 2년의 공백에 망연해 할 필요도 없겠죠. 어쨌든 원내 의석 0석의 당과 그 당의 지지자들에게 남는 건 시간이고 넘치는 건 현 정권의 신나는 삽질일 겁니다. 그 삽질을 뜯어말리는 것만으로도 2년의 시간은 금방 지나가겠지요. 손에 쥔 게 없으니 발걸음도 얼마나 가볍습니까?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이딴 페이스로 달려서 언제 엔딩 보냐고요? 근데 어쩌겠습니까. 진보라는 게임은 원래 네버엔딩 스토리인 것을요.
by 슈리아 | 2008/05/12 20:36 | 잡스러운 이야기 | 트랙백 | 덧글(7)
트랙백 주소 : http://tbfldk.egloos.com/tb/1754608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퍼플리안 at 2008/05/13 19:13
진보도 조선일보 식으로 글로벌 스탠다드 해야될텐데.
Commented by 김갑환 at 2008/05/15 18:45
더러운 진보빠들
Commented by Filipa at 2008/05/16 09:57
시끄러워 수구세력아-
Commented by 슈리아 at 2008/05/16 19:09
김갑환, Filipa//누가 보면 그냥 악플러인 줄 알겠소.
Commented by 슈리아 at 2008/05/16 19:12
퍼플리안//조선일보 기자가 말하는 식의 글로벌 스텐다드는 반댑니다!
Commented by 슈리아 at 2008/05/22 08:18
글로벌 스탠다드. .....덧글의 덧글 기능은 쓰기 좋네요. 흐음.
Commented by 데이빗 at 2008/05/16 19:51
ㅇㅇ 국개론

:         :

:

비공개 덧글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