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남대문이여...
 거의 2년이 다 되어가는 옛날 이야기.

 처음 서울에 올라와서 서울 시장이 이명박 씨인 줄도 모르던 그 시절의 이야기다. 당시 아는 지인이 덕수궁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안내를 하는 일을 했었다. 처음 올라와서 모든 게 신기했던 나는, 지금 생각하면 별 대단한 일도 아닌 그 교대식이 무슨 휘황찬란한 행사인 양 두근거리며 보러 갔었다.
 




현란한 원색의 옷을 입은 일단의 수문장 행렬이 도보를 따라 이리저리 방향을 바꿔가며, 그리고 때론 신호까지 기다려가며 남대문으로 가는 모습을 보면서 연신 피식거리며 웃었다. 그 짧지 않은 행렬이 일직선으로 쭉 늘어선 체 파란불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왜 그리 까닭없이 우스워 보였는지. 그러고 보니 뒤따라오던 외국인들이 '이 놈들이 대체 뭘하는 건가' 싶은 표정으로 사진기를 들고 쭈볏거리며 행렬 뒤를 졸졸 따라오던 모습도 기억난다. 이국적인 동양의 복식과 예식이 신기하게 보였는지 행렬과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하며 사진을 찍다 수문장 교대식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북을 두드리던 순간에는 아예 대놓고 '오오오-' 하는 소리로 자기들끼리 시끄럽게 감탄하더라. 물론, 영어도 아닌 이상한 외국어를 하는 바람에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으니 진짜 감탄이었는진 알 수 없지만.
 그 이후, 지인이 수문장 교대식 안내 일을 그만 두기 전까지 몇 번 만나러 가다가 그 행사를 더 보고, 위의 일과 비슷하고 사소한 에피소드 몇 개를 건지고 더운 여름 남대문 통로 안에 주저앉아 '뚫어놓으니 좋구먼~' 같은 한가하고 시시한 이야기를 나눴던 게, 내가 가진 남대문에 대한 기억의 전부다.

 남대문의 전소를 슬퍼하며 아쉬움의 이야기를 할 '자격증'을 얻기 위해서는 투철한 문화제 보호 정신과 남대문을 지극히 아끼고 사랑했었다는 국가 공인 인증서라도 받아놔야 될 것 같은 더러운 분위기 속에서, A4용지 반 장도 채우지 못 할 시시한 추억밖에 가진 건 없는 '자격증' 미소지자를 향해 쏘아지는 일단의 냉소와 비아냥거림이 내 가슴을 더욱 아프게 만든다. 평소에 남대문을 아끼고 사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남대문에 대해 그리움을 느낄 자격이 없다는 말을 진심으로 말한다면.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냉정한 모양이다. 아프면 아파하고, 슬프면 슬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헤어짐을 슬퍼하지 말라는 너희들은 대체 어떤 심장을 가진 녀석들인가?


 


 오늘 이 한 장의 사진이 나를 정말 슬프게 만들었다. 화제 현장에 꽃다발을 놔두었을 때도 가슴 아프지만 견뎌낼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 '별로 대단한 일도 아닌' 수문장 교대식의 행사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뜯겨져 운반되는 모습을 담은 이 한 장의 사진이 왜 눈에 걸리는 걸까? 아, 그렇군. 정말 꿈이 아닌 모양이네. 그래도 고작 그 '별로 대단한 일도 아닌' 수문장 교대식 행사를 못 본다는 것에 불과한데 왜 눈에서 물이 나오려는 걸까? 응? 응?



 아. 남대문. 숭례문이 아닌 남대문이여. 안녕히...

by 슈리아 | 2008/02/13 00:21 | 잡스러운 이야기 | 트랙백
트랙백 주소 : http://tbfldk.egloos.com/tb/171163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