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더스 게이트 - 10문 10답.
 인터넷에 떠도는 문답을 해본 기억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만, 지금까지 통신과 인터넷을 하며 그런 문답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많이 봤습니다. 전혀 모르는 타인의 문답 따위를 즐겁게 읽을만큼 개방적인 성격은 아니지만, 제가 아는 사람들이 어떤 주제에 대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엿보는 건 대부분의 경우 재미있지요. 또한 문답에 임하는 사람의 내면 속에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려는 목적보다는 타인에게 노출될 것을 염두에 두고 스스로의 성향을 다른 사람에게 적당히 꾸며서 노출시키고픈 욕구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문답은, 관음적인 성향과 노출적인 성향의 상호 조화로 인해 태어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쓰기 시작한 글은 아니니까 그 문제는 이쯤에서 넘어가지요. 


 어쨌든 서두를 문답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것은 최근에 발더스 게이트에 대한 문답을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발더스 게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무지막지하게 하고는 싶은데 시스템적인 부분에 대한 해설과 인피니티 엔진의 사용법, 나아가 작품 속 세계관에 한 줄기를 이루는 포가튼 렐름에 대한 해설까진 이야기에 곁들이기 귀찮고, 그런 건 몽땅 빼놓고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싶어서 문답 형식의 글을 써봤습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제작된 문답은 자기가 대답하고 싶은 말을 선택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지만 스스로 하고 싶은 질문을 만들어서 스스로 대답을 하면 대답할 마음에 내키지 않는 대답을 굳이 해야 할 필요도 없지요. 
 


 문답 시작하기 전에 음악 하나.
  
 발더스 게이트2 확장팩인 '바알의 왕좌' 메인 음악. 게임을 실행하면 나오는 음악입니다. 베라님의 말씀처럼 발더스 게이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제국군 테마 음악을 들으며 느끼는 감정과 비슷한 기분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뭐, 그냥 나 혼자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1. 발더스 게이트 좋아하시나요?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문답들은 어떤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이런 질문을 해봤습니다. 발더스 게이트를 좋아하는지 스스로 궁금해서 던진 질문은 아닙니다.
 
 그 공통점이란 거의 대부분의 문답의 항목에 첫번째를  "XX를 좋아하시나요?" 로 깔아놓고 시작한다는 점이지요. 그런 문답을 만드신 분들에게는 죄송스럽습니다만 그래도 궁금한 것이 있어서 죄송함을 무릅쓰고 하나 여쭤보겠습니다.
 그 문답에 대답하고픈 욕구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이 첫번째 문항에조차 대답을 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첫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아니요"라고 쓰고 2번에 대한 질문부터는 모두 공란으로 비워두는 고지식한 사람은 없습니다. 그걸 굳이 싫어한다고 쓸 바에야 안 하고 말지.
 그래서, 그 첫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대부분의 경우 "예"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대답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 질문을 하는 건 별로 재미없지 않나요? 뭐, 사실 문답을 만드는 사람들도 질문의 대답이 "예"라는 걸 알고 있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아시면서도 그런 질문을 하신 거겠죠. "XX를 좋아하시나요?"라는 질문이 문자 그대로의 의미 외 숨기고 있는 다른 의미. 그건 바로 대답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진지하게 답변에 임하라는 은밀한 요구입니다. "이제부터 XX에 대한 질문을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성실히 문답에 임해주세요."라는 게 진짜 속마음이라고 해야 할까요? 뭐, 애써서 만드시는 건 이해하지만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라고 권할 것 까지야...

 


 2. 발더스 게이트는 TRPG 게임 중 하나인 AD&D의 룰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다른 게임에 비해 약간 높은 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게임을 플레이 한 유져로써 초기 진입 장벽이 높다는 말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게시는지, 그리고 '일반적으로는' 그렇게 알려져 있는 발더스 게이트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지금 그거 말하고 싶어서 질문 썼습니다. 꼭 이렇게 재미없는 농담 한마디를 먼저 꺼내놓지 이야기를 꺼내지 못한다니까요. 참.
 개인적인 사견을 듬뿍 담아 생각해보면, 저는 발더스 게이트의 시스템이 낮설고 복잡해서 유져들이 접근하기 어렵다는데 대해 동의하기가 힘듭니다. 게임을 시작하기도 전에 시스템적인 부분을 모두 파악한 다음 '이만하면 되었다. 이제 게임 하자.'라고 외치면서 게임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냥 몇 번 죽어가면서 자연스레 '이렇게 하는 게 좋구나" 하면서 시스템을 익혀나가는 거지.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건 다들 똑같습니다. 발더스 게이트가 AD&D룰을 채용하면서 유져들에게 미친 영향은 '모르는 사람이 시작하기 힘든 장벽'으로써가 아니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좀 더 쉽게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부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모르면 모르는데로 몸으로 때워가면서 익히면 되는 거고, AD&D룰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쉽게 게임에 적응할 수 있는 거고.
 여담이지만 실제로 AD&D에 대한 룰을 전혀 모르는 지인에게 이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함께 하자고 권했더니, 어느 날 갑자기 사석에서 다짜고짜 "공개된 모드 중에 어떤 게 좋나요?" 같은 질문을 하시더군요. 그 모습을 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발더스 게이트를 시작한 건 고등학교 1학년 무렵이군요. 방금 "AD&D를 몰라도 게임을 즐기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라고 주장하긴 했지만 저는 당시 AD&D에 빠져있는 상태로 이 게임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게임을 접하게 된 계기는 그 무렵 저희 TRPG팀의 객원 마스터셨던 분께서(저희가 고등학생이었는데 마스터는 무려 군대 다녀온 대학교 4학년이셨죠.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실까.) 발더스 게이트를 좋아하셨지요.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던 정기 플레이가 좀 늘어진다 싶어지면 한 주간에 즐기셨던 발더스 게이트 모험기를 우리에게 들려주셨는데, 그 이야기 속의 발더스 게이트는 피와 살이 춤추는 무자비한 서스펜스로 가득한 게임이었습니다.(사실이 그러하기도 하지만) 절채절명의 순간에 터져나오는 크리티컬. 18/00의 전사가 전신에서 뿜어내는 죽음의 투기. 감히 넘어설 수 없는 강력한 적에 대한 도전 정신이 스며든 그 모험담은 그렇잖아도 AD&D의 세계에 푹 빠져있던 제게는 복음과도 같은 말씀이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발더스 게이트를 구입하게 되었지요.




 3. 발더스 게이트에서는 많은 직업이 존재합니다. 게임을 하면서 선호했던 직업과, 선호했던 이유가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이 게임에는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참 많습니다. 기본으로 제공하는 직업도 다양하지만 모드 제작자분들의 열성에 힘입어 더욱 많은 직업이 생겨났죠. 그러나 모드 제작자 분들께서 만든 직업을 따로 사용해 본 경험이 없어(언제나 게이트 키퍼의 힘을 빌려 변종 직업을 스스로 만들어내어 플레이를 했었으니) 여기선 발더스 게이트 자체에서 지원하는 직업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단순히 강하다는 차원을 떠나, 플레이하는 게 재미있는 직업은 아쳐입니다. 게임에서는 화살의 사정거리가 그다지 긴 편이 아니고 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몇몇 RPG게임처럼 화살의 사정거리가 아스트랄하게 늘어난다거나 하는 일은 없어서 근접 캐릭터에 비해서는 덜 주목받는 캐릭터이긴 합니다만 막상 아쳐로 임을 해보면 이리저리 도망다니면서 화살을 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민첩성이 높다고 이동 속도까지 빨라지는 건 아니라서 평소에는 그런 쏘고 도망가는 플레이를 하긴 힘들지만 게임 상에 등장하는 '부츠 오브 스피드'라는 아이템을 장비하면 이동 속도가 빨라져 느릿한 걸음걸이로 쫓아오는 파이터를 쉽게 따돌릴 수 있게 됩니다. 가급적이면 이쪽의 손해를 보지 않고 적을 쓰러트리는 걸 선호하는 터라 아쳐 플레이가 마음에 들더군요. 최대 3명까지 아쳐 캐릭터를 만들어서 게임을 해본 적이 있는데 매일 진으로 돌격해서 서로 피떡이 될 때까지 싸우는 파이터 위주의 게임과는 다른 색다른 즐거움이 있더군요.

 그리고 선호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지만 많이 해본 직업은 최강의 캐릭터라고 평가되는 '파이터/메이지/시프'의 멀티 클레스가 있군요. 파이터의 기술과 메이지의 마법, 시프의 도둑 기술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직업이지만 레벨 상승이 더디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인내심을 가지고 레벨업을 계속하다보면 나중에는 게임상에 허용되는 수치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데미지를 입히는 괴물로 재탄생하게 되는데 '미스리드'라는 마법을 사용하면 도둑의 기술 중 하나인 '빽스텝'을 데미지 증가 기술을 무한으로 사용 가능한데다 파이터의 무기 숙련으로 인한 공격 횟수 증가까지 포함되면 발더스 게이트가 아닌 다른 게임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들지요.
 그 외에 따로 언급하지는 않지만 효율성보다 '칼에 살고 칼에 죽는다.'라는 분위기의 켄사이. 그리고 직업적 특성과 무장을 완료한 상태에서의 외견이 전 직업 중 가장 멋져보인다는 이유로 좋아하는 시프. 그리고 '이기고 있던 전투도 한 순간에 패배시켜주는' 와일드 메이지도 좋아하는군요. 와일드 메이지가 멋집니다. 음음.




 4. 연애 이벤트 좋아하십니까? 좋아하신다면 기억에 남는 히로인(?)은?

 
물론입니다! 이 게임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것 때문이기도 하거든요. 발더스 게이트에서 연애 이벤트를 빼놓으면 대체 뭐가 남을까. ...라는 정도로 극단적으로 연애 이밴트에만 빠져드는 건 아닙니다만(연애는 연애고, 죽일 놈들은 죽을 놈들이다) 그래도 이 게임에 연애 이벤트라는 건 상당히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발더스 게이트1은 그렇다쳐도 2로 넘어오면 게임이 좀 삭막해지는 느낌이 있어요. 스케일도 커지고 뭔가, 도시 하나의 평화를 지키기보단 좀 더 거대한 걸 수호하기위해 싸우기는 하는데, 그 때문인지 캐릭터가 1편보다 훨씬 죽을 고생을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그렇게 힘든 길을 걸을 때, 옆에서 자기 햄스터는 우주 햄스터라느니 하는 정신나간 헛소리를 하는데 헛소리 하지 말라고 했다가는 무지막지한 힘으로 안면에 박치기를 작렬시킬 것 같아서 차마 말을 못하게 만드는 레인져라거나, 정신나간 발명품과 무 재배에 목숨을 걸다 가끔씩 그 우주 햄스터를 훔쳐내서 레인져를 울상짓게 만드는 도둑, 그리고 둘 모두를 원숭이 취급하며 니힐한 주문을 써대는 마법사가 있어서, 여행은 즐거운 겁니다. 그리고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동료도 있지요.
 개인적으로 왠만한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보다 발더스 게이트의 연애 모드가 더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발더스 게이트의 주인공과 여성, 혹은 남성 캐릭터는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인 관계에 있다는 점입니다. 일방적으로 주인공에게 달려들어 사랑을 구걸하거나 혹은, 무조건적으로 주인공에게 의지되는 방파제 역활을 하는 캐릭터는 없어요. 짜증나면 난데없이 주인공에게 화풀이를 하기도 하고, 가끔 과거의 추억(연애 가능한 캐릭터들은 모두 어두운 과거를 하나씩 가지고 있지요.)에 사로잡혀 혼자 울기도 하면서 주인공에게 의지받다가, 주인공이 바알 스폰의 운명 사이에서 방황할 때는 가슴을 펴고 나아가라는 격려를 해주기도 합니다. 물론, 가끔씩은 밤에 잠자다 말고 주인공과 하늘을 보면서 "저 별은 참 아름다워." "아니야. 저 별도 아름답지만 내게 가장 아름다운 별은 지금 내 옆에 있는 너야" 같은, 닭살을 유발하는 고전적 애정행각은 기본 요소.
 연애를 위해 준비된 화려한 묘사같은 건 일절 존재하지 않지만 이들이 사랑을 하는 방식은 참 담백합니다. 이해도 안 되고 몰입하기도 힘든 사상을 가진 사람들의 플라토닉. 혹은 에로스하거나 가끔씩 그로데스크하기도 한 연애가 아니라, 이런 지지고 복는 지리한 일상사로 사랑을 나누고 있기에 게임 속의 각박한 전투 속에 지친 유져들이 가끔씩 투덜거리는 장면에 집중할 수 있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저 혼자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닐거라는 생각을 하는 게, 게임을 즐기는 유져들이 만드는 자작 모드 중에는 연애 모드가 매우 많다는 점입니다. : > 모두가 연애를 원하고 있어!




 5. 발더스 게이트에는 개성넘치는 동료들이 있습니다. 그 중 파티에 자주 편입시켰던 동료들은 누가 있습니까?

 
순전히 강한 쪽으로만 동료를 구성하는 것도, 화끈한 전투의 쾌감을 유져에게 안겨주기에 그걸 개성없다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발더스 게이트의 특성상 몇 번 플레이를 할 경우 어떤 식으로 난적을 격파할 것인가에 대해서 유져 나름대로의 대처법이라는 게 생기기 때문에 굳이 강한 캐릭터가 아니라도 플레이를 하는데 있어서 별다른 어려움은 없는 게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몇 번이고 플레이를 하다보면 동료들을 모두 버려두고 혼자서 플레이를 해보기도 하고, 혹은 유져의 취향에 따라 서로 잘 어울리는 파티, 혹은 약하다고 정평이 난 순서대로 캐릭터를 편성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지요.
 저는 플레이를 할 때 에드윈과 민스크를 꼭 파티에 넣습니다. 강한 건 둘째치고 이 녀석들이 가끔씩 대화 중간중간에 끼어들이 날리는 말 한마디가 어찌나 재미있지요. 예전에 아노맨과 에어리 둘을 파티로 데리고 다녔더니 이 둘은 현혹이나 지배를 당할 때마다 미친 듯이 서로를 두드려팬다. 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만, 이 둘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개인적인 성향으로 인해 마법사를 보조 주문이 아닌 공격 쪽으로 사용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라 에드윈이 근접전을 불사하는 경우도 많은데(근접전... 이라고 하긴 좀 민망하고, 그냥 '마법무기로부터의 보호'를 시전하고 적의 칼을 온 몸으로 받아내면서 간간히 공격 주문도 쓰는 식이랄까. 그래서 아무도 안 쓰는 단일 공격 마법인 '빅바이의 XX한 손'시리즈를 좋아하지요. 일단 적에게 파이어 볼 날리고 나서 에드윈도 적도 사이좋게 숯덩이가 되어버리는 참사는 일어나지 않거든요.) 민스크가 무슨 혼란이나 지배같은 주문에 걸리면 꼭 주변에 있는 것들 다 놔두고 에드윈에게만 칼을 휘둘러댄단 말입니다. ...뭐, 카르소미어라도 있었으면 에드윈은 한 방에 주문 풀리고 두 방에 저승이겠지만 그건 또 아니거든요. 인공지능에도 감정이 있는 건지 원.
 그 외에는 잔 얀센이라거나... 이 녀석도 아노맨과 사이가 안 좋은지, 둘이 싸우는 모습을 보면 재미있기는 한데, 솔직히 잔 얀센을 쓰는 이유는 마땅히 쓸 도둑이 없어서입니다. 니힐한 성격을 가진 멋진 도둑 NPC가 어디 없나. 그래서 매번 아무런 대사도 하지 않는 자작 NPC따위를 소환해서 쓰거나, 급한대로 '바님 모드'라는 자작 모드 캐릭터를 쓰긴 하지만 별 다른 이벤트가 없어서 아쉽습니다. 연애도 안 돼!!
 아, 그리고 타시아. 피넬리안이라는 소환수부터 시작해서 수수깨끼를 좋아하는 멍하다가도 가끔씩 '깨는' 소리를 해대서 좋아합니다. 지금도 떠오르는 TOB타시아의 명대사 "칼만 믿고 설치는 놈들은... 마법으로 따끈따끈하게 구워주지!"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저런 의미의 말을 합니다. 메모라이즈를 하면서;;




 6. 이제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여쭤보겠습니다. 발더스 게이트는 적과의 전투가 많은 게임입니다. 최근에 나온 많은 모드에서 등장하는 강력한 적들은 유져들의 도전 의식을 자극하고 있는데 기억에 남는 적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모드용 캐릭터들은 넣지 않았습니다. 그 놈들은 약간의 심장 발작과 심부전증을 동반하지 않으면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라는 것도 솔직히 사실입니다만, 여기서는 모두가 한 번 정도 게임에서 만나보았을 캐릭터 중에 제 기억에 남는 캐릭터를 골랐습니다. 추억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는 남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코드를 꺼내서 이야기하는 편이 효과적이겠지요.

 플레이밍 피스트


 게임의 세상에서도 질서와 정의의 가치관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제 아무리 성인 군자라 할지라도 발더스 게이트를 하면서 이 두 집단을 박살내고픈 욕구를 느끼지 않은 분들은 없을 겁니다. 발더스 게이트는 주변 NPC들이 활보하는 거리의 한 가운데에서도 자리를 깔고 노숙할 수 있습니다. 물론, 게임상에서 여관같은 장소들이 마련되어 있기는 합니다만 맵은 넓고 캐릭터의 움직임은 굼떠 찾아가는 것도 귀찮고 일이고, 여관에서 잠을 청한다고 해도 특별한 이점이 있는 것도 아니라 그냥 노숙을 하게 되는데요. 우리의 노숙을 방해하는 최대의 걸림돌은 마을의 질서와 안녕을 수호하는 플레이밍 피스트 떨거지(용병단) 들입니다.
 사실, 플레이밍 피스트의 노숙 제지는 게임 세계의 입장이 아니라 현실적인 관점에서 봐도 올바른 일입니다. 얼굴에 칼자국 몇 개는 그리고 있는 때거지들이 몬스터를 베어넘기고 닦아내지도 않아 피딱지가 앉아있는 칼을 바닥에 내려놓은 체 마을 대로에 누워 지나가는 사람들의 통행을 막고 있다면 상식적으로라도 퇴거 요청을 하는 게 올바른 일이지요. 하지만, 우리의 플레이어들은 그런 플레이밍 피스트의 행위는 죽음을 자초하는 행위로 보일 수 밖에 없지요. 인생을 얼마든지 재시작 할 수 있는 게임에서 우리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모두 뒤집어엎을 수 있는 폭력적인 충동을 얼마든지 쏟아낼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세이브는 해두고.
 어느 날 재수가 없어 노숙 시도를 한 십여 차례 쯤 방해받으면 일단 저장을 하고, 난동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오늘 저녁 메뉴를 기대하며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동네 아저씨A를 둘러싸고 칼침을 몇 번 놓으면, 한 때 동네 아저씨A를 구성하던 고기들이 바닥을 향해 자유 낙하를 시도하고 곧이어, 정의의 수호자인 플레이밍 피스트가 플레이어 캐릭터를 응징하기 위해 등장합니다. 이제서야? ...나라면 나같은 놈들이 마을에 들어오기 전부터 공격했겠다.
 솔직히, 플레이밍 피스트 용병단은 죽여도 죽여도 무한으로 나오는 녀석이라 결국은 플레이어의 패배로 끝날 수 밖에 없습니다만 이렇게 끝도 없이 쏟아지는 놈들을 상대함으로써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의 입장으로써는 자신이 키운 캐릭터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시험을 해보는 즐거움을 얻게 됩니다. ...사실 플레이밍 피스트가 존재하는 이유는 이런 플레이어의 실험 정신을 자극하기 위해서 마련된 장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끝도 없이 쏟아져나오는 플레이밍 피스트를 고기 조각으로 만들어가다보면 그들이 떨어뜨린 무기와 갑옷들이 산을 이뤄가고 한 30분 쯤 싸우다 밑천이 바닥난 플레이어는 "우와! 이번에는 30분이나 버텼어!" 라는 말을 외치며 다른 마을로 냅다 도주하면 그만. 수백 명의 단원을 잃었으면서도 플레이밍 피스트는 발더스 게이트 전체에 살인마의 목에 현상금을 걸거나 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이거야 원. 너무 매너가 좋은 건가. 
 하여튼 도전 의식을 자극한다는 점에서는 훌륭한 상대였지만 끝도 한도 없이 무한정 쏟아져나와 결국은 도망칠 수 밖에 없어서 아쉬운 녀석들이었습니다. 가끔은 발더스 게이트2의 능력을 가져와서 그야말로 세상을 뒤흔들만한 힘을 가진 다음 다시 한 번 1의 세계로 돌아가 플레이밍 피스트 용병단의 씨를 말려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요. 2에서는 카울드 위저드가 옛 플레이밍 피스트와 비슷한 역활을 하지만 이 놈들은 한 번에 나오는 숫자의 한계도 있고 죽도록 죽이다보면 결국은 꼬리를 말고 도망치니까. 
 하여튼, "I serve the fiaming fist" 를 외치며 끝도 한도 없이 밀려오는 플레이밍 피스트는 지금도 끝끝내 넘을 수 없는 벽으로 기억에 남는군요. 가진 마법도 물약도 모두 소진해도 끝없이 밀려들며 마법과 칼질. 그리고 빽스텝을 해대는 놈들 앞에서 로드 버튼을 누를 수 밖에 없었던 기억. ...저 놈들, 완전히 전멸시켜 버리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드리즈트
 포가튼 렐름 최고의 유명인. 발더스 게이트1에서 놀을 춤추며 도륙하는 장면은 모든 발더스 게이트 유져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충격이었지요. 기껏해봐야 2~3레벨에서 놀 몇 마리만 나와도 죽음을 각오한 전투를 벌여야 하는 주인공과는 달리, 수십마리가 달라붙어도 한 대도 맞지 않고 쓰러트리는 모습은 볼 때의 플레이어가 느끼는 기분은 무림에서 차원이 다른 고수가 펼치는 불세출의 고강한 무공을 목도하게 된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놀을 학살하는 모습은 꽤나 사람들의 인구에 자주 회자되는 에피소드이긴 합니다만 드리즈트의 사기적인 능력을 깨닫게 된 에피소드는 하나 더 있습니다. 처음에 발더스 게이트1을 할 때 꽤나 약한 장비를 가지고 최종 보스인 사레복과 싸우게 되었습니다. 클라우드 킬도 없는 상태에서 각종 마법을 난사하는 사레복과 그의 부하에 살해당하기를 몇 번. 슬슬 짜증이 나던 저는 치트키로 드리즈트를 꺼내 보았습니다. ...그렇게나 어려웠던 전투에 혼자 난입한 드리즈트가 사레복과 그 부하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엔딩을 보여주시던 게 기억나는군요.
 물론 드리즈트는 2에서도 나오고 춤추며 때려죽이는 대상이 놀에서 뱀파이어로 바뀌기도 하지만, 예전 놀 학살 장면을 보며 경외감에 떨던 주인공은 이미 예전의 무림 고수를 능가하는 무공을 익힌 이후라 거기에 따른 흥분도 상대적으로 떨어지더군요. 1의 드리즈트야 말로 게임 속 조커로써 플레이어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해주었던 캐릭터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죽이는 법요? ...뭐, 강 건너편에서 화살만 한 30분 쏘다보니 죽긴 하더군요. 너무 유명한 살해법이라 따로 언급할 필요를 못 느끼겠습니다. 

 아카나스 게스.
 이 녀석도 발더스 게이트 유져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케릭터지요. 게스옹이라고도 불리는 무적 캐릭터. 죽지 않는 이모엔의 허리띠를 차고 있으며 100% 확률로 캐릭터를 일격에 죽여버리는 검을 가지고 쉐도우 시프 길드를 지키는 아카나스 게스는 길드에서 난동이라도 피웠다간 소리없이 등 뒤에서 나타나 게임 오버 화면을 보여주는, 초보 플레이어에겐 죽음의 또 다른 이름과 같은 존재이지요.
 그러나 게임상에 존재하는 모든 데이터는 소거되기 위해 존재하는 법. (응?) 당시 아카나스 게스가 절때 물리적인 방법으로는 죽일 수 없는 녀석이라는 걸 알지 못한 체 "이 녀석을 죽일 수 있는 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빠져 수많은 도전과 도전을 거듭했습니다만 거듭해서 패배하고, 결국 이 녀석을 죽이는 건 불가능하다. 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한 반년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지요.
 그런데, 얼마 전에 '파이어와인 네이버 카페'에서 이 녀석을 죽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대체 어떻게? 무슨 일이 있어도 죽지 않게 하는 허리띠와, 어떤 적도 일격에 죽이는 칼을 가진, 모순을 모두 가진 캐릭터를 무슨 수로 죽인단 말인가?
 ...그리고 결국 그 방법을 알아내게 된 다음에는 뭔가, 알아낸 사람의 대단함보다도 "고작 이런 방법으로?" 라는, 허탈감이 밀려오더군요. 사람이 마음을 먹으면 못할 짓이 없다는 말도 생각나고.
 아무리 무적의 창과 최강의 방패를 가진 캐릭터라도 게임 시스템상 능력치는 설정되어 있고, 어떤 능력치가 0이 되면 죽는 것은 NPC나 플레이어에도 예외는 없습니다. 하지만 플레이어는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적의 능력치를 0으로 만들어서 죽이는 게 불가능한데. 딱 하나 예외적인 경우가 있더군요. 바로 악명 높은 마인드 플레이어로 변신하여 공격하는 것.
 상대방의 뇌에 침을 꽂아 뇌수를 빨아먹는다는 설정을 가진 마인드 플레이어는 공격할 때마다 일정 수준의 지능을 떨어뜨립니다. 물론, 지능이 0이 되면 HP가 얼마나 있건 간에 죽어버리지요. 하지만, 마인드 플레이어는 언더 다크가 아니면 하수도 지역에서만 만날 수 있어 게스와 마인드 플레이어를 직접 싸우게 하는 건 무리. 그러나, 9레벨 마법인 '세이프 체인지' 중에는, 무려 마법사를 일시적으로 마인드 플레이어로 변하게 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이걸 이용하여 "죽음으로부터의 보호"라는 마법을 사용한 캐릭터가 게스의 무적의 검을 잠시 막아내는 동안 마인드 플레이어로 변신한 플레이어가 게스를 공격해 지능을 떨어뜨려 죽인다는 일종의 상식의 틀을 깨부수는 방법이 성립되더군요. 지금까지 칼로 두들겨서 죽이려는 것만 생각했던 제게는 충격이었지요. 플레이밍 피스트와 더불어 넘을 수 없는 벽의 대명사로 존재하던 아카나스 게스가 저런 품위 저조해지는 댄스를 춰가며 비참하게 바닥에 널부러질 때의 모습은 눈뜨고는 볼 수 없는 비참한 광경.
 물론, 게스가 수호하지 않는 쉐도우 시프 길드가 피바다로 변했다는 사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 




 7. 멀티플레이를 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뭐, 딱히 오랜 시간 동안 끈질기게 한 건 아니지만, 저희 TRPG팀에서 멀티플레이를 했었습니다. 당시 고등학생의 신분에는 어울리지 않는 자취를 하고 있었고 집에 먹을 건 없어도 컴퓨터는 여러대 있었던 특이한 환경에서 살고 있었던지라 당시 제 자취집은 친구들의 사교 장소로 널리 이용되고 있었는데(그건 지금 서울로 올라온 이후에도 별로 변화가 없군요.) 하여튼, 당시 있던 컴퓨터들을 이용해서 멀티 플레이를 해본 적은 있습니다.
 헌데, 이게 생각만큼 재미있다거나 한 건 아니었고,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제각각 손발이 안 맞아서 평소에는 무난하게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레벨에서 적과 만나도 손발이 안 맞는, 그러니까 적 마법사가 스톤 스킨을 걸고 있는데 우리편 마법사가 제때 마법 제거 주문을 써주지 않는다거나. 아군이 혼란 주문에 걸렸는데도 해제 주문을 써주는 이가 없더거나. 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물론 바로 옆에서 게임을 하고 있어서 그럴 때마다 "야! 야! 저 새끼 마법 풀어!" "씨발. 그보다 나 마법 걸린 것부터 좀 풀어달라니까!" 따위의 원초적 욕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어찌어찌 게임을 해나가는 것까지는 가능했지만 그렇게 고래고래 고함지르면서 힘들게 몇 번 큰 전투를 치르고나니. "...우리가 지금 뭘하고 있냐." 라는 허무함이 플레이어들 사이에 만연하더군요. 그래서 뭐, 몇 번 하다가 결국 흐지부지되고 해서 스타크레프트를 했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 뭐, 손 발이 잘 맞는 플레이어들이 모여서 한다면 즐거운 게임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만 발더스 게이트는 여럿이 함께 하는 플레이보다는 혼자 여러 캐릭터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하는 편이 더 즐겁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 여담이지만 저희는 바로 옆에서 욕설이라도 교환해가며 플레이해서 그나마 게임 진행이 이루어지기라도 했는데 정말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플레이를 하면 꽤나 의사 소통에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게임이 원래 한글을 지원하는 게임이 아니라 F3키로 변환해서 치는 채팅은 입력이 한 글자씩 떨어져서 올라가는 바람에 타자 치기도 힘들고 중간에 오타라도 나면 수정하기도 힘든데, 순간마다 빠르게 전황이 변하고, 특히나 조직력이 중요시되는 게임에서 의사 소통이 안 된다는 건 치명적인 단점이 아닌가? ...랄까. 음성 채팅으로 게임하면 어떻게 될지도 모르지만요.




 8. 게임상에는 사용할 수 있는 여러가지 종류의 무기 타입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타입의 무기는 어떤 것입니까? 게임 상에서 발휘하는 강력함의 기준이 아닌, 선호하는 타입의 무기에 대한 질문입니다.

 일부러 질문을 강력함이 아니라 선호하는 무기로 바꿨습니다. 강력함으로 말하자면 두 말할 것도 없이 롱 소드와 투핸디드 소드죠. 각각 "블랙 레이져"와 "홀리 어벤져"라는 불세출의 사기 무기가 소속되어 있는 타입이니까요. 물론 카타나인 "셀레스티알 퓨리"도 그에 못지 않게 강합니다만 카타나는 그 검을 제외하고 쓸만한 다른 검이 거의 없다는 단점이 있고.
 그런데 생각해보니, 저는 어떤 타입의 무기를 선호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타입의 인물에게 어떤 무기를 쥐어주는 게 어울릴까에 따라서 캐릭터에게 무기를 쥐어주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를테면 건강 19의 드워프는 도끼나, 워해머를 사용해야 어울릴 것 같다. 혹은 엘프를 만든 다음에 언제나 쥐어주는 건 화살이 아니면 롱 소드. 마법사는 말할 것도 없이 지팡이. 뭐, 이런 식으로 머리 속에 이미지를 짜놓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제 머리 속에서 어울리지 않는 무기들은 사용할 기회가 없었다고 해야 할까.
 뭐, 그런 경우도 있고 해서 창이라거나 철퇴 같은 무기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좋아하는 친구 중 한 명인 조커는 이 쪽에서 저를 굉장히 즐겁게 해주는 플레이를 하던 게 기억이 남는군요. 캐릭터는 이미지로 모든 것을 말한다고 주장하던 조커는 언제나 멀티플레이로 6인 자작 파티를 만들어 당시 저희들이 하던 TRPG 플레이의 캐릭터를 그대로 만들어서 사용했었는데 캐릭터의 이미지를 구현하는데 집착을 하다보니 강한 것과는 관계 없이, 꽤나 엽기적인 모습의 캐릭터들이 창조되더군요. 녀석의 TRPG캐릭터가 전사의 능력을 상당 부분 가지고 있는 도둑 캐릭터였는데 게임상에서 이걸 효과적으로 구현할 방법이 없자 아예 캐릭터의 설정과는 전혀 다른 전사, 도둑의 듀얼 클레스를 선택하더니 숏소드를 메인 웨폰, 롱 소드를 서브 웨폰에 넣는. 정상적인 플레이에서 딱 반대되는 캐릭터를 만들더군요. ...TRPG 캐릭터 상 조커는 왼손잡이라는 설정이고 꼭 마지막 공격을 날릴 때마다 "승부를 결정하는 건 황금의 왼손!" 이라고 외치는 버릇이 있긴 하지만 그걸 게임상에서 표현할 것까진 없잖아. 라고 충고를 했음에도 이미 자신이 정한 캐릭터의 규칙은 고집스럽게 지키더군요. 뭐, 후에는 화려한 무기는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언제나 아무런 효과가 없는 무등급 + 무기만을 사용하기도 하고. 인피티니 엔진 사용법을 알려줬더니 성능은 별 것 아닌데 설명만 잔뜩 들어간 아이템을 만들기도 하고.
 확실히 그런 것들이 게임의 시스템적인 부분에서는 불이익을 받더라도 자기 만족감을 얻는데는 더 도움이 됩니다. ...그 이후로 발더스 게이트를 할 때는 민첩성을 극한으로 올렸다는 설정으로 힘 대신 민첩성을 극한으로 올린 숏소드와 단검을 이도류로 쓰는 전사를 만들기도 하고, 창이나 헬버드를 쓰는 캐릭터도 만들어서 사용해 봤습니다. 하지만 단 하나, 아직 슬링을 사용하는 전사에 로망을 느낄만큼 감수성이 발달하진 못하여, 슬링에는 손을 대지 못했군요. ...딱히 의무감으로 슬링을 써봐야 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하니 앞으로도 만들지 않을 가능성도 많고.
 ...써놓고보니 뭔가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니라 엉뚱한 이야기가 되었군요. 아무려면 어떻겠습니까만.




 9. 어떤 마법을 즐겨 사용하시나요?

 와일드 매직!
 어떤 마법을 좋아하느냐는 물음에 "와일드 매직"이라고 대답하는 건 어쩐지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한 동안 사용하기 편리한 소서러로만 플레이를 하다가 어느 날 다양한 캐릭터에 대한 욕구만으로 플레이를 시작했던 와일드 메이지에 푹 빠져서 이후로는 마법사는 와일드 메이지만 선택해서 플레이를 하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와일드 메이지라는 직업은 "니할의 무모한 듀오머"라는 1레벨 주문을 사용해서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주문 중 하나를 사용하는 캐릭터인데, 이걸 이용해서 10레벨의 와일드 메이지가 (물론, 그 마법을 알고 있다는 조건 하에) 9레벨 마법인 '타임 스톱'도 사용할 수 있게 되지요.
 헌데 언제나 과도한 힘은 그만큼의 리스크를 수반하게 되는 법. 이 캐릭터에게는 모든 마법에 부작용이 생길 확률이 존재합니다. 이른바 와일드 서치라고 하여 사용자가 생각하지 않았던 이상한 효과를 일으키는 효과인데 이게 무조건 나쁜 일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라는 거지요. 그 부작용 중에는 와일드 메이지의 마법 주문 시전 레벨을 2배로 올려주는 주문도 있고 주문의 위력이나 지속 시간을 2배로 늘려주는 마법도 있을 뿐더러, 자기 주변에 파이어 볼을 터뜨린다거나 주문이 아군에게 시전되는 효과를 가진 것도 있습니다. (타임 스톱을 썼는데 부작용으로 우리편이 멈춰버린다면?) 헌데, 그런 주문의 효과로 나타나는 부작용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그 중에는 사용자를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딸꾹질을 하게 만든다던지, (캐릭터의 머리 위에 *딸꾹*하는 대사가 계속해서 떠오름. 술에 취하게 한다거나, 하늘에서 소가 우수수 떨어지기도 하고, 심지어는 시전자나 시전 대상의 성별이 바뀌는 일도 있지요.
 예전에 파이어와인의 홈페이지가 건제했을 때 게시판에서 들었던 이야기 중에는 어느 용감한 와일드 메이지 플레이어가 최종 보스인 이레니쿠스를 향해 용감하게 와일드 서치를 터뜨려서 이레니쿠스를 여자로 성전환(...) 시켰다는 에피소드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저 또한 게임상에서 이모엔을 키퍼를 이용해 와일드 메이지로 바꾼 적이 있었는데 이 녀석이 와일드 서치를 발동하다가 어느 순간 남자로 변해있는 걸 발견. ...뭐랄까. 순식간에 수염이 덥수룩한 로브 입은 아저씨로 변해있는 이모엔의 모습을 보고, 죽여버릴까 절망에 빠졌다가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원래대로 돌아온다는 사실에 안도했었습니다.




 10. 유져들이 만든 자작 모드를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물론입니다. 사실, 이제는 워낙 다양한 모드들이 제작되고, 그 완성도 또한 뛰어나서 이제 발더스 게이트를 플레이 하면서도 모드를 설치하지 않고 그냥 플레이를 하는 것이 불가능할 지경이 되었습니다. 모드가 원본의 곁다리가 아니라 모드로 추가된 시나리오를 즐기기 위해서 게임을 설치한다고 해야할까요?
 사실, 발더스 게이트는 원본 게임은 몇 번 게임을 하다보면 그럭저럭 쉽게 클리어가 가능한 게임이지요. 그런 뻔한 적들과 난이도에 점점 식상해져가는 유져들을 위해 모드 제작자들이 특별히 준비한 모드들이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모드로 추가된 시나리오만 해도 본편의 몇 배나 달하는 분량. 그렇잖아도 풍부한 볼륨을 자랑하는 게임이 모드로 인해 어마어마한 분량의 게임이 된 것.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한 달로는 모자랍니다.
 ...생각해보면 발더스 게이트가 이렇게나 오랫동안 그 명맥을 유지할고 있는 것도 게임의 완성도도 완성도지만 개발 코드를 공개함으로써 유져들에게 스스로 세계를 넓혀나갈 수 있는 수단을 부여한 점이 크다고 생각됩니다.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새로운 신작 모드나 대형 추가 시나리오 등이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걸 보면 말이지요.
 최근에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모드라면 단연 BGT모드겠지요. 발더스 게이트1과 소드 코스트를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는 모드이며 1의 불편한 인터페이스 및 일러스트와 게임 시스템을 2의 엔진으로 싹 바꿔주는 무시무시한 시스템. 이걸 깔고 하다보면 1과 2가 애초에 하나의 게임이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입니다. 게임상에서 그다지 매끄럽지 않게 넘어가던 부분과 가장 중요한 1이 끝난 이후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레니쿠스에게 납치되었는가'에 대한 유져의 궁금증을 잘 풀어나갔지요. (2의 도둑길드 퀘스트에서 중요한 악역으로 등장하는 메어바르에게 납치되었다는 설정으로... 정작 후에 도둑 길드를 찾아가면 메어바르는 전혀 모르는 놈을 본다는 표정이긴 하지만) 하여튼, 추가 시나리오도 많고 모드 제작의 표준을 설정했다는 것만으로도 한 번 해볼 가치가 충분한 모드입니다. 아니. 모드라기보다도 BGT. 그러니까. "Baldur's Gate Trilogy"라는 이름의 약자 답게 발더스 게이트의 모든 것을 담아냈다고 해야 할까요?
 그 외에는 좀 더 높은 난이도와 화끈한 전투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준비된 각종 난이도 강화 모드가 있습니다. 그 이름도 악명 높은 '택틱스 모드' 및 '인세인 모드' 그리고 발더스 게이트2 TOB의 최종 시나리오를 원래 제작 계획에 있었다 개발 관계상 빠졌던 부분을 보강해주는 형식으로 나온 '어센션 모드' 그리고 국내 유져의 손에 개발된 '디아블로 모드'라거나 솔라우페인을 연애 대상으로 삼을 수 있지만 한 꺼풀 들춰보면 최강의 인공지능을 자랑하는 적 파티인 "이클립스 안티 펠러딘" 파티가 등장하는 모드나 마찬가지인 "솔라우페인 모드" 등. 플레이어의 의욕을 고취시키다 못해 분노를 터뜨리게 만드는 각종 모드가 즐비합니다. 전 따로 언급한 "이클립스 안티 펠러딘"녀석들을 아직도 쓰러트리지 못했습니다.
 너무 강해진 플레이어들을 상대하려다보니 적들도 스크립트로 동시에 사용되는 마법 등을 익힌 치트성이 농후한 적들이 등장합니다만, 플레이밍 피스트 떨거지들로는 만족할 수 없는 플레이어들은 한 번 정도 도전장을 던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요. 자, 그대는 개선의 산악에서 진을 치고 있는 블러드레이븐 용병단과 11마리의 드래곤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난이도 강화가 아닌 모드로는 추가 시나리오들과 자작 연애 가능한 캐릭터들의 연애 모드도 개발 중. ROT라는 모드는 발더스 게이트2의 여러가지 서브 시나리오와 메인 퀘스트 중에 대충 넘어가는 시나리오(사이몬 하바리안의 배를 타고 스리슬쩍 스펠홀드로 넘어가던 것이, ROT에서는 엄청난 모험의 시작이 되기도 하고)가 상당부분 추가됩니다. 언어의 문제로 제대로 즐겨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모드. 예전에 유져들이 만든 '디커스트 데이'라는 확장팩에 비하면 심각하다싶을 버그도 없어서 해볼만 하겠더군요.
 로맨스 쪽이라면 다들 알고 계실 타시아 연애 모드나 각종 플러트 팩. 궁극의 근친 상간인 모드인 이모엔 로맨스 모드라거나 무슨 드래곤이라는 설정이 있는 듯한(해보지는 않아서 딱히 뭐라 말은 할 수 없지만)세릴레스 모드 외에 몇 개. 여성 플레이어(와 일부가 아닐 것이 분명한 남성 플레이어)를 위한 에드윈(무려 에드윈!) 연애 모드나 발리거 연애 모드 등등이 나와 있습니다. ... 솔직히 우주 버터왕자 아노멘만 골라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남성 연애 가능 캐릭터의 추가는 반길만한 일입니다.
 이러다가 코간 블러드엑스나, 잔 얀센 연애 모드도 나오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긴 합니다만..




 [덧]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10개나 할 만큼 물음이 많았던 건 아닙니다. 역시나 끝에 10이 붙어야 보기가 좋아는 미신에 가까운 믿음을 가지고 있어서 말이죠.
by 슈리아 | 2007/06/13 12:17 | 잡스러운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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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attathias at 2007/06/18 15:42
발더스 게이트 모드는 하나도 안 해봤는데, 이것도 왠지 이제 와서 하기엔 꺼려진단 말이지.
게임에 대한 열정이 식었나벼.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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