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로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좋아한다고 말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 그래서, 몇 년 동안 함성만 열심히 지르고 박수만 열심히 쳐줬다. 그리고 내 함성과 박수는 열 한 권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되어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를 신봉 할지, 하지 않는지 알 수도 없고 알 도리도 없는 열 한 명의 사람들에게 각각 나누어 세상에 배포되었다. 열 한 권의 삼미 슈퍼스타즈를 나누어주며 나는 산안드레아 지층을 바로잡으려고 지구를 역방향으로 빙글빙글 주행하는 슈퍼맨이 된 기분을 느꼈다. 그래. 세상은 잘 돌아갈꺼야. 결론만 말하면. 나는 약 두 명이 발붙이고 살 만큼의 산안드레아 지층만을 바로잡을 수 있을 뿐이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열 한 명의 어린 양들 중 세 명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책을 권해줬는지 모르겠다."라는 의미의 대답으로, 선물한 사람의 기분 따윈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듯 필요 이상의 과격한 말투를 구사하여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고, 또 다른 다섯 명의 어린 양들은 양들의 침묵을 지키는 것처럼 침묵으로 과격한 말투보다 더 과격하게 자신의 감상을 전달해 주었으며, 그리고 놀라지 마시라. 지금까지 보여준 8명의 반응은 이 1명의 반응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한 묘사일 뿐이었다. 그 한 명은... "진짜 재미없다." 라는 말과 함께 내게 책을 돌려주었다. 그리고 선물받은 책까지 탈탈 털어 다른 사람에게 선물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중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진짜 재미없다."라는 말과 함께 돌려준 그 사람의 책이다. 세상 일이란 알 수 없는 법.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지금도 두 명의 산안드레아 지층을 바로잡은 것만으로 '그래도 그게 어디야?' 라고, 감사하게 여기고 있다. 마치 내가 바로잡아 준 마냥 뿌듯하게. 또한 그 중에 한 명은 자신의 지인에게 삼미 슈퍼스타즈를 소개했다고 말했다. 빙하기에서 살아남은 공룡을 만난 것마냥 반가운 말이었다. 그렇게 삼미의 철학은 세상 속에 퍼진다. -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베라모드 님 (내가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이야기 할 때, 함께 떠올릴 수 밖에 없는 베라모드님의 글. 이 책 하나로 나는 베라모드 님에게 갚을 수 없는 은혜를 입어버렸다.) 팀 최다 실점 (20점 삼성. 그것도 두 번) 특정 팀 상대 연승 (OB에게 16연속 패배) 2아웃 후 최다 실점 (7점) 기별 최저 승률 (5승 35패) 시즌 최저 승률 (15승 65패) 삼미 슈퍼스타즈는 지독스러울 정도로 패배를 거듭한 팀이었다. 작품 내에서 인용된 그 '위대한 패배의 기록' 중 나처럼 야구의 세부적인 룰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위의 기록을 참고하시라. 누구나 한 눈에 알 수 있을 정도의 기록들만 모아봤다. 물론 저것은 위대한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한 눈에 보기에도 처절한 패배를 거듭한 팀을 좋아했던 소년이 있었다. 어린 시절 자신이 좋아한 팀의 경이적인 패배는 소년으로 하여금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았다. 언제나 고개를 떨구고 구장을 빠져나가는 선수들의 모습에 너무 이른 나이에 패배의 슬픔을 알아버렸고, 패배자를 비웃는 주위의 시선에 소년은 패배의 두려움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하여 삼미라는 이름으로 짙게 드리워진 패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 공부해 일류 대학에 들어가고, 대기업에 취업하여 모범적인 '승리자의 삶'을 얻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뿔싸. 이걸 어쩌나. 이번에는 피곤함이 늘 따라다닌다. 어렸을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어째서 나이를 먹을 수록 점점 세상 살기가 힘든 걸까? 거기는 프로의 인생이기 때문이다. 잡기 힘든 공도 '당연히' 잡아내야 프로고, 치기 힘든 공도 '당연히' 쳐내는 게 프로 아닌가. 프로라면 '당연히' 그래야지. 하지만, 대부분의 인생이 힘들어지는 이유는 우리들이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라는 점에 있다. 프로가 아닌 사람들이 잡기 힘든 공을 잡고, 치기 힘든 공을 치고 나서도 멀쩡한 쪽이 더 이상하지 않은가. 아마추어인 우리들에게 세상은 무시무시한 조작극을 펼친다. 세상은 '이제부터 프로만이 살아남는다'라고 속삭였고 덧붙여 그곳에서 홀로 아마추어로 살아남는 것은 빙하기를 맞이한 공룡처럼 외롭고 쓸쓸한 도태를 맞이하게 될 뿐이라고 말했다. 아니 벌써? 그렇잖아도 다른 사람들을 돌아볼 여유를 가지지 못하던 사람들은 자신만 빼놓고 모두가 이미 프로로써 살아가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허겁지겁 기자회견을 열어 "이제부터 프로입니다." 라거나, 혹은 "프로의 정식 명칭은 프로페셔널입니다." 따위의 내용이 담긴 성명서를 발표한 후 프로의 세계로 전향한다. "이제부턴 나도 프로라고요!" 물론, 세상은 '프로가 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데?'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존재할 거라는 걸 예상하고 있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미국의 자유경제학을 토대로 일본의 기업 이념. 비즈니스 서적을 참고하고,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윈스턴 처칠의 [2차세계대전사] 81년 6월호 [허슬러] 나가이 고의 [마징가Z], 지난 10년 간의 [리더스 다이제스트] 전질. 맥아더의 자서전을 참고로 하여 이미 이미지 트레이닝을 마쳐둔 상태였고 무엇보다. 삼미 슈퍼스타즈를 통해 패배자의 말로를 사람을 머리 속에 깊이 각인시켜놓았기 때문이다. 진짜로? 진짜로! 그렇게, 세상의 프로 지향주의의 삶에 휩쓸린 체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해서 치기 힘든 공도 쳐내고, 잡기 힘든 공도 잡아내면서 프로의 삶을 살아가던 주인공에게도 어느 순간 삼미의 82년 크리스마스 시즌의 11명 대방출과 같은 방출이 찾아온다. 방출의 이름은 IMF. 대체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며 정확하게 무엇을 하는지도 알 수 없는 '국제통화기금' 앞에서 그렇게 공을 치고 잡은 주인공 또한 쓰리 아웃 선언과 함께 패배자의 나락으로 굴러떨어졌다. 그리고 그제서야 주인공은 어릴 적 느낀 패배자의 감정을 다시 한 번 상기하며 중얼거린다. '열심히 살아온 내 인생이 언제부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냐고?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느냐고 생각하는 것 부터가 문제인 것이다. 절친한 친구 조성훈이 치킨을 우적우적 씹어먹으며 일갈한다. "포 볼이야! 그러니까 1루로 진루하라고!" 모든 것은 경쟁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프로의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삼미 슈퍼스타즈가 전형적인 패배자의 상징마냥 여겨지지만 사실 칠만큼은 치고, 잡을만큼 잡은 팀이다. 그런데 패배자의 멍애를 뒤집어쓰고 비웃음을 사야만 했던 이유는? '네- 프로였기 떄문입니다.' 어휴, 참 잘했어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82년의 세상은 새롭게 창단되는 야구 리그에 [프로]라는 이름을 붙여서 사람들의 프로페셔널에 대한 인식을 확립시키고, 아직까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둔한 자들에게 삼미 슈퍼스타즈의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한 활약을 대서 특필하여 '프로답지 않은 것의 말로'를 연일 홍보했다. 그러니까. 아뿔싸. 다들 얼른 프로라는 게 되지 않으면 큰일나겠다는 생각에 프로로 전향했다. 그런데 다 뻥이었던 것이다. 뻥입니까? 뻥입니다. 다 뻥이었고 모든 것이 뻥이었고- 어쨌거나 총체적인 뻥이었던 것이었다. 스리 아웃이 아닌 포볼로 진루한 주인공은 언제나 바라보던 타석에서의 세상이 아닌 1루 주자의 시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얻을 수 있었고 1루에서 비로소 세상의 진실을 깨닫는다. 그 깨달음의 독백은 어쨌거나 우리가 세겨두어야 할 가치가 있다. '알고 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인 것이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긴 이야기는 사실 이 한 단락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미치도록 볼을 치거나 잡거나 말거나- 회사에서 잘리지 않도록 발버둥을 치거나 말거나- 삼미의 패배자의 기록을 보며 "발로 야구해도 이것보단 났겠다" 라고 하거나 말거나,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자신의 삶을 가지고 있고, 그 삶의 방식대로 칠 것만 치고 잡을 것만 잡는 인생이 바로. 프로들로 득실거렸던 82년의 프로야구에 홀로 아마추어로 살았던 찬란한 클립톤 행성- 바로 삼미 슈퍼스타즈였던 것이다. 어쨌거나 언제나 홈런을, 아니면 최소한 2루타나 1루타. 하다 못해 번트라도 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이 땅의 프로들이 보시기에는 이 '삼미 슈퍼스타즈'의 삶을 살아가는 아마추어들의 삶이 현실에서 도태된 자의 자위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이 각박한 프로의 세상에서 그들과 같은 아마추어의 삶- 치기 힘든 공은 안 치고, 잡기 힘든 공을 잡지 않는 - 에 동경을 느끼는 분들이라면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낼 수 있으리라. 그들은 게임에서 패배했을진 몰라도 인생에서 패배하지 않았다. 이 생각은 세상의 프로 놈들이 제 아무리 아우성쳐도 철회할 생각이 없다. [덧] 분명히 덧붙이지만, 이 글의 타인에게 '글을 소개하는' 형식의 소개글이 아니다. 이것은 내 개인적이자 원색적인 칭찬으로 가득한 삼미 슈퍼스타즈의 찬양문이다. 나는 이 책이 전해주는 감동의 1%도 이 글에 옮겨담지 못했다. 열심히 노력한 끝에 4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간신히 글을 쓸 수 있었을 뿐. 한 마디로 말해서, 이걸 보고 있을 바에야 직접 보는 걸 추천한다는 이야기. [덧] 글의 주제에 비해 형식의 가벼움이라는 문제가 이 책에서 제시하는 진지한 주제를 가린다고 하는 누군가가 있을지도 몰라서 하는 이야기지만, 나로써는 도무지 동의할 수가 없는 이야기이다. 한껏 폼을 잡고 이야기를 할만한 주제와 시시껄렁한 농담으로 표현되어야 하는 주제가 나누어져 있다고 생각한다면 거기에 대해선 별로 할 말이 없다. 다만 이렇게 뇌까릴 뿐. "글을 어떻게 쓰는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어떻게 전달되느냐다,' ![]() 베라님의 블로그에서 사진을 얻어왔다. 생각해보면 나는 드디어 4년 만에 "감상문을 쓰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
|
카테고리
최근 등록된 덧글
ㅇㅇ 뻘플 ㄳ ㄲㄲ..
by 슈리아 at 08/11 ㅇㅇ 뻘플남기러 .. by 데이빗 at 08/04 봄에는 역시 철권.. by 퍼플리안 at 06/24 오랜만에 들러서 .. by 데이빗 at 06/04 2차 바츠 해방전쟁.. by 슈리아 at 05/24 이글루 파인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