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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동안 군대를 다녀온 모양인지, 요즘 들어 세삼스레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요즘 들어 뭐 하세요?]같은 질문을 많이 받고 산다는 것이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가끔 모여 함께 술 잔을 기울이는 지인들이나, 오늘 날씨가 추운지 더운지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가 애매한 오전 10시에 먹구름 잔뜩 낀 서울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는 사이 내 곁을 스쳐지나가는 회사 동료들에게서. 혹은 얼굴을 보이지 않는 가상의 공간에서 다년 간 친분을 쌓은 지인들에게서도. [요즘 뭐 해요?] 라는 질문을 받는다. 말은 안 했는데, 사실 꽤 곤란하다. 아니. 솔직히 말해 대답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반칙에 가까운 질문이다. 흡사 [인간은 어디에서 와서, 무엇을 하다가, 어디로 가는가?] 같은 것과 동일하다. 대답이 불가능하단 점에서는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불가능하다는 것은, 답변자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대답이 불가능한 게 아니라 [글과 말]이라는, 인간이 가진 양대 표현 수단으로는 도저히 전달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답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왜 불가능한지에 대해 궁금하신다면 아래의 글을 봐 주시라~ 아침 6시 50분에 일어나 대충 씻은 다음, 점심 값 2,500원이면 만화책의 2/3 가격이라고 스스로를 다 잡으며 서걱서걱 아침 도시락을 만들고 출근. (요즘 내게 생긴 지대한 관심사 중 하나는, 지하철에서 어떻게 하면 도시락 냄새를 풍기지 않게 만드느냐다. 물론, 발견했다. 비닐은 굉장한 발명품인 것이다.) 오늘도 일하는 만큼의 대가를 회사에 지불하라 독려하는 만큼 팀장님과 거래하는만큼 나아지는 서비스를 제공해달라고 요구하는 거래처 사람들의 기대를 무참하게 배신해가며, [지금 날 우울하게 하는 건 내 코를 스치고 지나가는 싸구려 담배의 연기인가. 아니면, 매일같이 오존 경보를 전광판에 띄어올리는 서울의 안개 섞인 공기 때문일까] 같은 생각이나 하다가 퇴근해서는 최근 열렬히 빠져든 [20세기 소년]을 읽으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이 보람 찬 나의 하루 일과. 왜 불가능한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본래 질문인 [요즘 뭐 하세요?]도 아닌, [오늘 뭐 했어요?]같은 상당히 작아진 스케일의 질문에 대답하는데조차도 이렇게나 많은 말과 글을 소비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언제나 내게 말과 글을 소비할 것을 강요한다. 자동 응답기가 된 기분이 이런 걸까? 수화기를 걸과 버튼을 누른다.[요즘 뭐 하세요?] 그럼 자동 응답기는 수백명의 사람에게 말해던 이야기를 똑같이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끝없이 길게 중얼거리지만 상대방은 정작 물어본 상대방은 그 이야기를 다 들어주지도 않는다. 자기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들었다 싶거나, 충분히 예의바른 상대로 비췄다고 생각될 때 *를 눌러 다음 버튼으로 넘어가 버리고, 언제나 말은 끝마쳐지지 못한 체 허공에서 멈춘다. [그럼 말을 짧고 간단하게 하면 되지 않느냐?]라는 질문이 들어올지도 모르지만, 애석하게도 그건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도록 요구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요컨에 글을 짧게 축약해 버리는 일을 알 수가 없다는 거다. 요컨에 위에 적은 [오늘 뭐 했어요?]라는 질문을, 좋은 글에서도 지켜야 할 이상적인 요구 조건이라는 [상대방이 귀찮아하지 않고 들어줄 수 있는 한계점인 20마디 이하의 단어로 압축]할 수 있는 능력 같은 게 내겐 없다. 그리고 요약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위의 말을 그대로 상대방에게 전한다고 해도 난 당신이 인내심을 가지고 저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얌전한 역활을 수행해 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내 궁극적인 고민은 이런 것이다. ...그렇게 뭉떵그려 질문하지 말라. 내 삶이 몇 마디 질문으로 압축될만큼 하릴 없지는 않단다. 그러나, 요즘 뭐 하느냐는 질문을 만날 때마다, 한 두번 듣는 것도 아닌 마당에 매번 말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어색한 듯이 웃으며 [글쎄요. 요즘 내가 뭘하고 있을까?] 따위의 대답만 하고 있는 것도 듣는 사람에게는 곤란한 일. 그리하여 나는 예전 박찬욱 감독님께서 농담삼에 말하셨던 끊임 없이 반복되는 질문에 대한 훌륭한 대처법인 [미리 예문을 준비한다]로 대신해볼까 한다. 이제 누군가가 [요즘 뭐 하세요?] 따위라고 물어보면 [이글루스 블로그 2006년 11월 4일자 포스팅을 참조하세요.]라고 말해버리는 것이다. 훌륭하군. 나도 안 피곤하고 상대방의 궁금증도 해결해주는 윈윈 전략. 다만, 조금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질문한 사람이 나를 미친놈으로 취급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지만. 편리함에는 그 정도의 대가는 당연히 따르는 법이다. 아무렴. 네- 그러니까 제가 뭘 하고 있냐면 말이죠. 그렇게 질문을 하시는 분이라면 애초에 저의 근황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시거나, 최근에 저와 알게 된 분이실테니 사소한 것부터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서울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입니다. 예전 농담 삼아서 여러분들에게 [아무래도 서울에서 살아야 할 모양입니다.]라고 농담삼아 중얼거리곤 했는데 어떤 사건을 계기로 그 동안 가지고 있었던 지방민으로써의 분노가 폭팔하여 서울로 올라와 버렸습니다. 인생은 사소한 일도 크게 변화하는 법이죠. 그래서 재미있다고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고요. 어쨌든 [서울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라고 운을 때었으니 이제는 [서울에서 무엇을 하고 지내고 있습니다.]라는 대답을 해야 할 차례로군요. 요즘 뭐 하고 지내냐면 [지하철 노선을 익히고 있습니다.] 입니다. 서울에 올라온지도 벌써 2개월, 달 수로 따지면 3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이 놈의 지하철 노선도나 도로 정보는 뭐 그리 복잡한지 서울에서 어디 좀 찾아보려고 길을 나서면 열의 일곱 여덟은 미사가 되어버립니다. 단지 원하는 곳을 헤매지 않고 찾아간다. 라는 정도의 길 찾기 지식이 요구되는 일반적인 경우와는 다르게 다니고 있는 회사의 특성상 서울 뿐만 아니라 전국의 지리를 대략적으로나마 꿰뚫고 있을 것이 요구되기에 가끔씩 저는 천성에 반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하는 우울한 상상도 하고 있고요. 아시다시피 지독한 길치라서 한 동안 정신 없이 헤매다보면 어느 순간 오른쪽 왼쪽의 구별조차 희미져서는 언제나 [시계를 어느 쪽에 차더라?] 같은 생각이 떠올리고는 하는데, 이런 길치에게 일을 맡기는 회사도 나름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고 말해 봅니다. 어쨌거나, 서울 지리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고, 한 동안은 잘 알게 될 것 같지도 않은 현재로써는 행동 반경이 좁을 수 밖에 없습니다. 회사와 집을 왕복하면서 충실히 업무를 하는 정도이며, 가끔씩 화려한 외출이라는 걸 시도해봐야 홍대까지 걸어가서는 만화책 총판에서 책을 구입하는 정도가 고작입니다. 가끔 어디론가 가고 싶을 때 부담 없이 불러 함께 이리저리 돌아다닐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만 서울에는 그런 사람이 없군요. 아쉽다. 나의 좁디좁은 23년의 인간 관계여. (사실,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서 요즘에는 시간 맞춰서 회사를 다니고, 시간 맞춰서 집에 돌아와 글을 쓰거나 책을 읽으면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게 최근의 근황입니다. 아마도 몇 달 더 지나면 갱신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현재로써는 이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귀찮아지지 않는다면 아마도 [요즘]이라는 시간을 갱신하여 다시 한 번 글을 쓸지도 모르지만, 다시 쓸 것 같진 않습니다. 그러니- 이 글을 혹시라도 보시는 여러분께서는 제발 제게 어떻게 지내냐고 묻지 말아주세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장황하게 써놓고 이렇게 말하는 것도 웃기긴 합니다만 그거 대답하는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 질문이고, 더 이상은 그런 질문 좀 하지 말아달라는 의미에서 이 글을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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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뻘플 ㄳ ㄲㄲ..
by 슈리아 at 08/11 ㅇㅇ 뻘플남기러 .. by 데이빗 at 08/04 봄에는 역시 철권.. by 퍼플리안 at 06/24 오랜만에 들러서 .. by 데이빗 at 06/04 2차 바츠 해방전쟁.. by 슈리아 at 05/24 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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